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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은 ‘자신만큼 진실한 사람이 없다’고 하는 말이다. 말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진실된 말이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착각도 여러가지다’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진실 자체가 착각이다. 현대는 착하고 진실하고, 선한 사람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적당히 악하고, 적당히 타협할 줄 알고, 약간의 거짓말도 할 수 있어야 그마나 밥이라도 먹고 산다.

그나마 자신이 진실한 사람이라는 착각은 들어줄 만하지만 더 코믹한 착각은 자신이 이성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이다. 이성에게 인기 많은 이유는 보통 잘생겨서, 돈이 많아서, 남자다워서, 여자다워서이다.

따라서 잘생긴 남자의 착각은 모든 여자가 자신을 사랑할 거라는 확신이고, 못생긴 남자의 착각은 돈만 있으면 모든 여자가 자신을 사랑할 거라는 확신이다. 또 여자의 착각은 나만큼 아름다운 여자는 없다는 확신이고 자신의 뛰어난 외모가 남자들의 마음을 흔들었을 거라는 생각이다. 결국은 모든 사람은 자신이 이성에게 인기가 많다고 착각하며 산다. 이성에 관해 과대 포장을 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과거에 이성에게 인기 많았다고 찬란하게 자랑하는 사람일수록 현재 이성에게 인기가 없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평생 착각 속에 살다가 죽는 순간에 진실을 깨닫고 죽는다.


●남자의 망상

리차드 마호의 <기사의 꿈>

남자와 여자의 일이 모호해지면서 남자는 여성다워지고 여자는 남성다워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남자가 여성스럽게 변한다 해도 남자의 본능은 사라지지 않고 여자가 남자답다고 해도 여자의 본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인간의 본능은 이성에게 끊임없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이성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면 외로움에 사무쳐 성공의 환희보다는 우울증이 먼저 찾아올 것이다. 모든 남자의 로망은 자신의 능력과 상관없이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사랑받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에 하나가 이성에게 사랑받는 일이다. 사랑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이성을 향해 손짓하지만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마호의 <기사의 꿈>은 모든 여자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남자들의 꿈을 에로틱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숲속에서 말을 탄 기사는 붉은 망토를 펼쳐 벌거벗은 채 서 있는 소녀 곁으로 천천히 다가가고 있다. 두 명의 소녀들은 부러운 듯 붉은색 망토를 들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고 있다. 기사 옆에서 한 무리의 벌거벗은 소녀들은 숲속을 뛰어 놀고 있다. 기사가 탄 말은 뛰어 노는 소녀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말의 시선은 한 여자를 사랑하고 있지만 항상 다른 사랑을 꿈꾸는 남자의 속마음을 암시한다. 화면 왼쪽 두 명의 소녀는 홍조 띤 채 달려가고 있다.

이 작품에서 갑옷을 입은 기사를 맞이하기 위해 소녀는 붉은색의 망토를 펼치고 있는데 소녀의 활짝 펼쳐진 붉은색의 망토와 기사의 옷에 달린 붉은색은 두 사람이 애정관계라는 것을 암시한다. 또한 두 사람 사이에 이어져 있는 꽃길은 연인 사이라는 것을 상징한다.

계곡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숲속을 덮고 있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욱 더 강조하고 있다.

리차드 마호<1874∼1923년>의 이 작품에서 갑옷을 입은 기사와 말은 사실적으로 묘사했으나 꽃밭에 서 있는 벌거벗은 소녀들은 현실적이지 못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이 작품에서 기사는 과거 미술의 전통적 쟁점에서 벗어난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작품을 제작할 당시 마호는 미술계 주류에서 벗어나 독일 뮌헨 분리파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마호의 작품의 특징은 낭만주의적 중세 신화, 환상과 자연의 모티프, 그리고 세기말적인 섹슈얼리티이다. 마호의 에로틱한 화풍은 당시에 스캔들을 일으켰지만 여성의 누드를 탐미했던 동시대의 화가들과 합류할 수 있었다.

●여자의 망상

오토 프리드리히의 <허영>

여자가 지옥을 경험하고 싶다면 거울 없는 방에서 살면 된다. 여자는 거울을 보면서 자신처럼 완벽한 여인은 없다고 착각한다.

여자에게 거울은 희망이자 정신과 의사이다. 여자는 거울을 보면서 희망을 발견하고 자신감을 찾는다. 그렇기에 여자는 평생 싫증내지 않고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면서 황홀경에 빠질 수 있다.

프리드리히의 <허영>은 여자가 거울을 보면서 황홀경에 빠져 있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다.

커튼이 쳐져 있는 방안 큰 거울 앞에서 여인은 손거울을 들고 의자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여인은 자신의 뒷모습을 보기 위해 의자에 불편한 자세로 앉아 손거울로 비춰보고 있는 중이다.

여인은 손거울을 속의 자신의 모습을 보고 감탄스러운 듯 미소를 짓고 있고 그녀 앞에는 손질한 하얀색 드레스가 놓여 있다.

커튼이 쳐져 있는 방안과 드레스는 그녀가 저녁 외출 준비 중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여인의 벌거벗은 몸은 보랏빛으로 투명하게 빛나고 있어 외출을 준비하고 있는 여인의 들뜬 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 작품의 특징은 인위적인 색채를 사용해 여인 특유의 방을 표현한 데 있다.

오토 프리드리히<1862∼1937년>의 이 작품에서 여인 옆에 애완용 원숭이가 드레스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원숭이는 젊음을 파괴하는 시간을 암시하면서 유혹의 문란함을 암시한다.

프리드리히는 빈 분리파에 속하나 동시대 예술가들과 다르게 여인의 누드를 왜곡시키지 않고 부드럽고 밝게 표현했다.

■박희숙 |동덕여대 미술학부를 졸업하고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한 후 7회의 개인전을 연 화가다. 2004년에는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를 출간하면서 작가로도 명성을 쌓고 있다.